그날 소위 위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특히 정부가 만든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어디까지 수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야당은 시행 중인 시행령까지 포함시키자는 건가.”
▶최원식 새정치연합 의원=“그것은 아닌데, 세월호법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렇게 하면 세월호법 시행령뿐 아니라 모든 시행령에 적용돼 버려서….”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건 세월호법뿐 아니라 행정입법 자체를 통제하자는 취지였다.”
조·이 의원은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로 협상 당사자들이었다.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야당 의원조차 세월호법과 무관한 시행령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합의사항”임을 내세워 “모든 시행령을 손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율사(律士) 출신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김 의원=“법령 위반을 따질 해석권은 사법부에 있다. 소급해 적용하는 건 입법부의 월권이다.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이지 통제하는 곳이 아니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여야 합의가 전제가 됐다. 소급입법이라고 얘기하면 절대 안 된다.”
이 과정에서 같은 야당 의원끼리 신경전도 벌어졌다. 최 의원이 소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말하려고 하자 진 의원이 끼어 들었다. 최 의원은 “왜 내 말을 막아!”라며 발언권을 얻었다.
▶최 의원=“김(도읍) 의원도 위헌 관련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합의가 잘못됐는지 아닌지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합의했으니 개정안 문구에 그대로 넣자.”
이후 여야는 ‘지체없이’ ‘소관’ 등 개정안에 들어갈 문구들을 넣을지 뺄지를 놓고 ‘흥정’에 가까운 논의를 이어갔다. 회의가 1시30분을 넘기면서 참석자들이 졸음에 겨운지 “지금 내가 막 정신을 못 차려 가지고…. 뭔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 돼서…”와 같은 앞뒤 맥락이 안 맞는 발언들도 등장했다.
논의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자 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소급해야지. 소급하고 있잖아요, 지금도…. 그러면 당연히 소급해야지”라며 소급 적용하자는 야당 주장에 동의했다. 끝까지 소급 적용에 반대한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위원장이 그렇게 말하면 더 할 말이 없다”며 “소수의견을 명시해 달라”며 물러섰다.
회의는 1시51분에 산회됐다. 여야는 개정안 문구에는 합의했지만 “처리한다는 의미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조 의원), “(문구에 대한) 해석 권한은 없다”(이 의원) 등 제각각의 결론을 내린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소급 적용에 난색을 표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등은 기권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못한 채 운영위 소위에서 ‘주먹구구식 결론’만 낸 국회법 개정안은 두 시간 뒤인 3시50분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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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수용 불가” 野 “재협상 불가”
강경석기자 , 배혜림기자 , 이재명기자
입력 2015-06-02 03:00:00 수정 2015-06-02 03:00:00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시사에 野 반발朴 “시행령 국회 수정땐 국정 마비”… 野 ‘위법성 시행령’ 11건 발표 압박
與, 재논의 입장 못정한채 갈팡질팡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결과적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에 국회법 개정안 재논의를 촉구하고, 원안 수정 없이 정부로 넘어올 경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며 “다만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 전에 시행령 수정을 국회가 강제할 수 있는지를 명백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성이 없다면 굳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 취지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상임위가) 판단하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강제성이 없는 조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여야가 합의한 입법 취지로 보면 강제력이 부여된 게 명백하다”고 반박한다.
국회법 개정안의 재논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의 강제성 유무를 명확히 해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야당은 “재논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여당은 재논의에 대한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누리당이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시 다시 통과된다면 당청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만약 부결되면 여야 관계는 극도로 얼어붙을 게 뻔하다. 청와대와 야당의 ‘치킨게임’ 속에 새누리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