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타/정가

국회법 개정안 위헌 신문 사설

그랜드k 2015. 5. 31. 09:52

동아일보

여당이 어제 오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야당과 ‘거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를 식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황당한 법이다. 국회법 제98조의2 개정안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 및 변경을 요구하면 소관 행정기관장은 이를 처리하고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연계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는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국회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들자”고 합의해 줌으로써 결국 국회법을 바꾸게 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에만 시행령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지 모든 행정입법에 간섭하는 게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착각이고, 순진한 생각이다. 경제활성화나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으로 재량을 행사해 일을 처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야당은 이런 조치를 막을 공산이 크다.

국회 몸싸움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도 야당의 ‘법안 발목잡기’에 악용되는 바람에 지난해 여의도는 150일간 법안 처리 한 건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 이제는 야당이 정부의 정책집행 과정에서까지 ‘상왕’ 노릇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줬으니 ‘식물정부’가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제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정부가 만든 행정입법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그 변경까지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회는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하위 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만드는 위임입법권을 갖고 있다. 명령이나 규칙이 법률에 위반된다면 재판을 통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하게 돼 있다. 국회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이 법률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법률로 보다 명확히 규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고치라고 직접 행정부에 지시할 순 없다. 제정부 법제처장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헌법의 범위를 넘어서 행정부를 통제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식물국회도 모자라 식물정부를 만드는 위헌적 법안에 동의해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청와대는 국회법 송부에 앞서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으나 모호하게 말할 일이 아니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주류 지도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포기한다면 두고두고 행정부를 ‘국회의 시녀’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에 다시 한번 숙고를 요청하되 그래도 안 될 경우 거부권을 통해 국회의 입법독재를 견제할 책무가 있다.
한국일보

[사설] 끼워팔기한 국회법 개정안 철회하는 게 마땅

[중앙일보]입력 2015.05.30 00:02

어제 새벽 본회의를 통과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법규 명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국회법 개정안(98조2항)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심은 정부 시행령 등 ‘행정 입법’에 대해 국회가 과도하게 입법권을 행사하는 건 입법·사법·행정부의 권한을 분립시켜 놓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김성우 홍보수석도 “정치권이 행정입법 내용을 심사하고 변경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회가 시행령의 내용을 바로잡으려 하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헌법과 법률 간 충돌로 인해 혼란이 초래된다. 헌법엔 ‘대통령은 법률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75조)는 조항과 ‘국무총리 또는 행정 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95조)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한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고유권한까지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 과도한 권한 행사이고, 입법권 남용이다.

 처리 과정도 문제다. 국회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조건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넣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고치지 않으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버티는 야당의 ‘연계 전술’에 새누리당이 백기를 들어 벌어진 일이다.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별도의 논의기구를 통해 처리할 일이지 국민이 잠든 새벽에 ‘끼워팔기’로 졸속처리할 일인지 묻고 싶다.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부가 모법(母法)의 정신과 취지를 뛰어넘는 시행령으로 법 취지를 거스르거나 행정 권한을 교묘하게 강화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규제 완화가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게 성숙된 국회의 모습이다. 그러려면 위헌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부터 철회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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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회가 어제 새벽 국회법을 개정, 국회가 행정입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청와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김성우 홍보수석 은 개정 국회법 관련 조항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3권 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김 수석은 또 “여러 가능성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반발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앞둔 막바지 협상에서 야당의 연계요구에 응한 여당을 겨냥한 색채가 짙다. 이에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모든 행정입법이 대상이 아니라 법률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만 해당하고, 시정 요구도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당ㆍ청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의 개정 국회법 98조 3항은‘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는 중앙행정기관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회가 시행령과 명령, 규칙 등 행정입법의 수정ㆍ변경 권한을 갖는다는 것과 다름없다. 1997년 1월 15대 국회가 행정입법 국회제출 제도를 도입한 이래 국회는 행정입법 통제권을 확대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왔다. 그러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 과정에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 권한은 물론 이고 행정부의 ‘처리ㆍ결과 보고’ 의무까지 도입했다. 이대로라면 위헌 소지나 입법권의 과잉 확대에 대한 우려가 청와대만의 것이기 어렵다.

헌법상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시행령 등의 법률위반 여부를 국회가 우선 판단하도록 한 개정 국회법 조항은 행정부의 행정입법권에 앞서 법원의 심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헌 소지가 거론되는 것도 우선 이 대목이다. 국회가 좀더 면밀히 검토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권한쟁의 심판 등의 후속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청와대와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은 입법ㆍ사법ㆍ행정권의 분립과 상호 견제의 원리를 조화시키고 있지, 절대적 삼권분립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았다. 또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요구에 즉각 확답하지 않은 ‘정부의 태만’이 이번 국회법 개정의 직접적 계기였음을 청와대가 뒤늦게라도 자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