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 회의론으로 유 원내대표에 누적된 불만 표출
"현 체제에서 당정협의는 무의미"…사퇴론에 힘싣기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 사이의 '당정청 채널'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가 2일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해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정협의 회의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이 분명히 안된다고 얘기했는데 여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이번 분위기 하에서라면 당정이 국정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청간 소통과 정책 조율이 국정운영의 중요한 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당정협의 전면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약처방' 방침을 밝힌 것은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누적된 불만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2월초 유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관계는 증세·복지 논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논란 등으로 삐걱거리는 조짐을 보였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개혁 과제로 내세운 공무원연금개혁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연계, 국회법 개정안 처리 등 청와대 입장에선 원치않던 '혹'까지 달게되자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당정협의 회의론'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28∼29일 공무원연금개혁 협상 당시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 등에게 "국회법 개정안은 연계시키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위헌 소지를 남긴 채 야당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준 것을 놓고 불만이 심화됐고,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강제성을 띠지 않아 위헌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너무 안이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청와대 핵심부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강제성' 해석을 놓고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세월호법 시행령 등 '문제가 있는 행정입법 사례' 14개를 공개하는 등 청와대가 우려하는 상황이 빚어졌는데도 여당 원내지도부가 아무런 대야(對野) 액션을 취하지 않은 것도 청와대의 불만과 불신을 더욱 고조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당정이 협력해 국정현안을 잘 풀어보자는게 당정협의의 의미인데 현 체제 하에서 당정협의는 무의미하다"며 "당이 정부 의견을 받아들이지도 듣지도 않는 상황에서 당정협의에 대한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회의론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여권 내부의 계파 분열로 옮아가는 단계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이날 사실상 '당정협의 중단'까지 시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위헌 논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촉구성 메시지에서 나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불만과 불신이 폭발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더는 신뢰회복이 어렵게 된 만큼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 대한 '결자해지'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에 열린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이 이날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집중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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