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개발붐 상암 DMC..버려진 640m 랜드마크의 꿈

개발붐이 일어나는 마포구 월드컵북로 일대와 달리 공사장 펜스만 덩그러니 설치된 채 방치된 황무지가 있다. / 월드컵북로=송형근 인턴기자

[스포츠서울닷컴 l 월드컵북로=송형근 인턴기자] 서울 서북권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계획됐던 서울라이트타워가 개발 발표가 난 지 4년이 지나도록 방치되면서 주민들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타워가 될 거란 기대감에 마포구 월드컵북로 일대의 부동산을 요동치게 만들었지만,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것이다. 방치된 서울라이트타워 공사 현장을 < 스포츠서울닷컴 > 에서 찾았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를 찾았다. 월드컵북로를 따라 형성된 상암DMC 곳곳에서는 대형 빌딩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21층 높이의 KBS 미디어 센터를 중심으로 주변에 동아 미디어센터, 서서울농협센터, 복합오피스 빌딩인 I-FLEX 등이 건설 중으로 대형 크레인과 레미콘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포구 월드컵북로 일대는 각종 오피스부터 대형 복합건물이 들어서며 건설 열기가 가득했다.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 중인 곳과 다르게 길 하나를 건너자 사뭇 다른 분위기의 황무지가 펼쳐졌다. 5m 높이의 펜스로 둘러쳐진 이 공사장의 4개의 게이트는 철저히 닫힌 채 아무런 인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는 몇 대의 트럭과 승용차가 주차됐을 뿐 잡초만 무성했다.

이곳은 지난 2009년 서울시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133층 규모의 서울라이트타워 공사 현장이다. 서울라이트타워는 공사비만 3조7000억원을 투입되며 3만7280m²의 부지에 640m 높이로 지어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타워가 될 예정이었다. 지난 2009년 교직원공제회와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 25개사로 구성된 서울라이트타워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고 같은 해 기공식까지 열려 타워 건설은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서울라이트타워 컨소시엄은 사업을 추진할 경우 1조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판단해 계약변경을 요청하고 서울시에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특혜 시비를 피하려고 원안을 고수했고, 결국 지난 2012년 6월 사업이 백지화됐다.

때문에 서울라이트타워 공사부지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타워 길 건너 대형건물 신축 현장 인부는 "지난해부터 공사를 해왔지만, 누가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담배 피우는 장소로 쓴다"고 말했다.

좌초된 초고층 타워 건설 사업은 일대의 아파트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타워가 길 건너 들어온단 소식은 일대 부동산에 엄청난 호재였다. 하지만 사업이 좌초되면서 감감무소식이 되니 올랐던 집값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인근 아파트들은 모두 지난 2009년 이전에 지어져 서울라이트타워의 사업 진척 현황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06년에 지어진 상암월드컵파크 3단지의 104㎡ 현재 매매가는 5억4000만원~6억원이다. 일대 대규모 건설 계획이 줄이어 발표된 지난 2009년 10억원 이상을 호가했던 때에 비해 4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상암월드컵파크 2단지도 한창 라이트타워 사업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 2009년 59㎡의 매매가격이 5억4000만원까지 폭등했지만 지금은 4억2000만~4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좌초된 초고층 타워 건립의 꿈은 일대의 부동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근 상권도 피해를 봤다. 서울라이트타워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의 한 상가의 33㎡는 현재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150~200만원 선이었다. 지난 2009년 당시만 해도 같은 규모의 상가 보증금은 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300만원이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서울라이트타워 일대의 상가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모두 반 토막 난 상황이다.

하지만 잇단 개발 소식에 급락했던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다시 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라이트타워는 첫 삽조차 뜨지 못했지만, 공사 중인 동아 미디어센터, I-FLEX 등이 올해 안에 문을 열고 추후 개발사업이 줄을 잇기 때문에 입주수요가 풍부하다"며 "근래에도 하루에 5건 이상 문의전화가 쇄도할 정도다. 떨어졌던 집값이 차차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서울라이트타워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DMC활성화팀 관계자는 "서울라이트타워 건립계획은 무산된 게 아니다. 오는 7월 예정으로 사업자 선정을 다시 할 계획이며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해 이전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자가 선정돼야 앞으로의 건설 규모와 일정이 나올 것이라 구체적인 대답은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투자유치과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상암DMC에 입주 기업 수는 741개, 종사수는 3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해 2015년에는 약 800여개의 기업과 6만8000여명의 종사자가 상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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