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아파트 1층과 최고층에 대한 선호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모(52)씨는 윗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자 꼭대기 층으로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내놨다. 하지만 아파트 상층으로 거처를 옮기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매물은 물론 전·월세 물건조차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가 팔리면서 한 달 안으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까지 겹쳐지면서 김 씨의 고민은 점점 늘고 있다.
김 씨는 "아이 3명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지난해 윗집에 이사를 온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툼이 이어졌고,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이사를 결심했다"며 "최근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 크고 괜찮은 최고층 아파트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꼭대기 층은 아예 매물이 씨가 마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원사들이 매물정보 등을 공유·조회할 수 있는 부동산중개통신망 서비스인 '렛츠'(RETS)에서 수도권 지역의 전·월세 및 매매 물건을 조회해본 결과 1층과 최고층 물건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현격히 적었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의 '부개 푸르지오'는 등록된 매매 물건 400개 가운데 1층과 탑층은 단 한개도 없었고, 전세 물건은 전체 32개 가운데 단 1개(탑층) 뿐이었다.
경기도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명의 철산동주공아파트 9~11단지 역시 등록된 34개의 매물 가운데 1층과 탑층은 한개도 없었다. 경기도 분당의 한솔주공 4~6단지도 등록된 전세 물건 100개 중 탑층은 단 한개도 없었고, 1층도 전체의 5%인 5개에 지나지 않았다.
분당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탑층만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어린이집들이 1층에 많이 있듯이 미취학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은 아예 1층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최근 건설업체들이 내세우는 평면차별화 전략으로 '필로티', 복층 등 독창적인 구조 역시 1층과 탑층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필로티란 건축물의 1층은 기둥만 서는 공간으로 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부동산 114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가 1층과 탑층에 대한 선호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족 구성원 가운데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이나 어린 아이가 있거나 혹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 1층과 탑층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층간소음 못지않게 건설사들의 평면차별화 전략도 많은 영향을 차지한다"며 "최근 테라스와 복층 다락방을 갖춘 탑층은 물론 1층에 단지 내 조경은 물론 사생활 보호와 조망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필로티 구조로 설계된 아파트가 늘고 있다. 이에 획일화된 아파트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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