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남한강·새재·낙동강 자전거길 하나로 이어져, 2019년까지 서해·남해·동해 잇는 해안 자전거도로 완공
대한민국 자전거도로 1757㎞!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바퀴로만 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970년 7월 7일 제1호 고속국도인 경부고속도로가 준공된 지 42년 만에 한국인들은 '경부 자전거도로'를 갖게 됐다. 전쟁 폐허를 딛고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정신이 '빨리빨리'였다면, 이제 느림과 꾸준함의 상징인 자전거로 전국 일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충주로, 다시 대구와 창녕을 거쳐 부산까지 가는 자전거길은 한강을 타고 이화령을 넘어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담양에서 목포까지, 대전에서 군산까지 각각 이어진 영산강 자전거길과 금강 자전거길도 개통됐다. 앞으로 2019년까지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해안 자전거도로가 완공되고, 그 북쪽 꼭짓점 2개를 DMZ 자전거길로 이으면 자전거길은 총 3214㎞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가 이 모세혈관을 따라 전국 일주에 나서고 있다. 가족과 친구, 동호회원들이 오로지 맨몸으로 페달을 밟아 한반도의 숨결을 느끼려는 행렬이다. 자연을 찾아 산으로 숲으로 떠나던 사람들이 두 바퀴에 의지해 '또 다른 자연'을 찾아 나선다.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로 자전거 전국 일주를 꼽는다.
등산가가 수직(垂直)의 도전자라면, 라이더는 능선(稜線)의 실천가다. 자전거 핸들은 뇌의 연장이며, 두 바퀴는 팔다리가 된다. 좁고 딱딱한 삼각 안장 위 라이더의 심장과 근육은 그대로 페달과 기어에 연동된다. 자전거 라이딩은 노 젓기와 흡사하다. 나의 두 다리로 페달을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다. 자전거 라이더를 자처하는 작가 김훈은 책 '자전거여행'에서 "길바닥에 몸을 갈면서 천천히 나아가야만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개발 시대의 자전거는 '저렴한 교통수단'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뒷좌석으로 둔갑한 짐받이에 사람을 태웠으며, 비를 맞아 녹슬었고 펑크 난 채 방치됐다. 서민 운송수단 자리마저 오토바이에 내줬던 자전거는, '슬로 라이프(slow life)'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되돌아왔다. 라이더들은 알루미늄·카본·크로몰리로 만든 이 기계를 거실 창가에 모셔두고 닦고 기름 친다.
자출족(自出族·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자전거 인구 800만 시대를 견인했다. 고유가 시대에 도시에서 자동차보다 빠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한민국은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를 맞았다.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자전거엔 쫄쫄이 바지?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자전거를 잘 타려면 일명 '쫄쫄이'를 꼭 입어야 할까. 초보자들은 입기 부담스러워하지만, 자전거 전용 의류를 한번 입어보면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자전거 전용 바지인 일명 '쫄쫄이'는 레깅스와 흡사하지만, 소재부터 기능까지 완전히 다르다. 쫄쫄이는 대개 라이크라나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져, 운동 시 라이더의 근육과 지방의 흔들림을 잡아주고 근육의 이완을 보조하여 체력과 체온 손실을 줄여준다. 소재 표면이 매끄럽고 접히지 않아 바람에 민감한 라이딩에 공기역학적으로 기능하며 바짓단이 체인에 낄 염려도 없다.
자전거 바지의 가장 큰 기능은 바로 엉덩이에 있다. 자전거 바지 내부에는 안장에 닿는 부분에 패드가 붙어 있다. 모든 라이더의 고민인 '안장통' 해결을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써봐도 이 '패드 바지'를 입는 것 외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쫄쫄이를 무조건 꽉 끼게 입는 것은 좋지 않다. 혈액순환과 근육 움직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적당한 사이즈를 골라야 한다.
'저지(jersey)'라고 하는 자전거 전용 상의는 쿨맥스, 라이크라, 울과 같은 흡한속건(땀 흡수와 빠른 건조) 기능이 뛰어난 소재로 제작된 것들이다. 상의 뒷자락이 앞보다 길게 재단되어 있고, 주머니가 등에 달려 있다. 주머니가 앞에 있으면 무릎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저지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고 옷자락이 걸리지 않게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이 좋다.
김희진·자전거 매거진 '바퀴'기자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자전거에 대한 오해와 진실_남자한테 안 좋다던데?… 잘 타면 남자한테 참~ 좋은데
"자전거를 타면 전립선에 안 좋다."
남성들이 자전거 타기를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장시간 회음부에 압박을 받거나 충격을 받으면 전립선염이나 발기부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혈액이 오래 정체돼 염증이 생기거나 조직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정도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둔덕을 지날 때 엉덩이를 들어 충격을 피하고 오랜 시간 탈 경우엔 가끔 페달을 힘차게 밟아 엉덩이를 살짝살짝 들썩이는 게 좋다. 적절히 자전거를 타면 오히려 회음부 마사지 효과가 있고 하체운동을 통해 혈류도 원활해진다. 하체 근력이 강화되면 성적 능력도 좋아진다.
많은 사람이 안장 중앙에 길게 구멍을 낸 전립선 안장〈사진〉이 인기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구멍과 전립선이 정확히 일치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몸을 지탱하는 부분이 좁아져 충격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여성들 가운데엔 "자전거 타면 다리가 굵어진다"며 자전거를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오해다. 근육은 마라톤 선수처럼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하면 발달하는 지근(遲筋)과 단거리 육상 선수나 역도 선수처럼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면 발달하는 속근(速筋)이 있다. 근육이 커지려면 속근이 발달해야 한다. 자전거는 타는 방법에 따라 지근이 발달할 수도 있고 속근이 발달할 수도 있다. 보통 속도로 자전거를 타면 가벼운 조깅 정도의 힘이 들 뿐이므로 주로 지근이 발달한다. 지근이 발달하면 오히려 몸매가 날씬해진다. 속근을 만들려면 속도를 폭발적으로 내거나 오르막이 많은 코스로 달려야 한다. 속근은 몸매를 굴곡지게 만든다. 힙업이 되려면 엉덩이에 속근이 붙어야 하는데 자전거는 엉덩이 근육
을 발달시키므로 예쁜 몸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뒤브레이크 레버는 핸들 왼쪽에 있어야 하는데 내 자전거가 잘못된 건가요?" 과거엔 뒤브레이크 레버가 왼쪽 손잡이에 있었다. 요즘은 대부분 오른쪽에 뒤브레이크가 있다. 왼손으로 수신호를 하고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뒤브레이크를 오른쪽에 둔 것이다.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김창완의 자전거 예찬_"너는 든든한 친구, 나의 반려 기계"
휴대폰을 놓고 나오면 사람들 대부분이 발길을 돌려 그것을 찾은 다음에 가던 길을 간다. 분리 불안증을 느낄 만큼 휴대폰과 떨어져서는 못 사는 것이다. 많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고 꼼꼼하게 비서 노릇을 해주는가 하면, 심지어 잠 못 드는 밤에 파도 소리로 재워주기까지 하는 게 휴대폰이다. 인간은 쉽게 길들여지는 동물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손바닥만 한 기계와 1촌 관계를 맺고 말았다. 인간이 휴대폰에 길들여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만 년 전부터 동물들을 길들여 온 인간의 노하우가 수많은 변종 휴대폰을 만들어내는 중인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가축화된 기계라면 자전거도 그런 기계 중 하나다. 바퀴를 문명의 잣대로 삼곤 하는데, 그런 문명의 정점에서야 이 두 바퀴 장치가 비로소 길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 의아하다. 아직 덜 길들여져서 그런지 몰라도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을 때나 처음 자전거를 갖게 됐을 때의 느낌은 상당히 원초적이다. 그 느낌은 처음 낯선 친구와 말을 나누었을 때 또는 처음으로 친구가 내 손을 잡아 주었을 때의 감동과 유사하다.
자전거를 대충만 알고 아직 손 내밀어 친구를 맺기 전이라면 아직은 보조 바퀴를 못 떼고 타는 것과 다름없다. 막역한 사이가 되어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나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함께 떠날 수 있다면 보조 바퀴 없는 진정한 라이더가 된 것이다. 자전거는 일상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준다. 자전거를 처음 선물받았을 때 기분은 여느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와는 조금 다르다. 반지는 반지고 옷은 옷이고 케이크는 케이크다. 그러나 자전거는 친구다. 친구가 선물로 온 것이다. 당장 무슨 말을 건네야 할 것 같고, 당장 걔를 위해 뭔가 해주어야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타주는 것이라면 한밤중에 선물을 받았더라도 당장 타고 나가줘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처음 보는 친구 앞에서 나를 돌아보듯이 내가 과연 저 사람에게 받아들여질까, 저 사람이 내게 다가와줄까 하는 설렘 또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런 불안한 마음 또한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유아적 믿음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자전거 탈 때의 쾌감 또한 유별나다. 짜릿하거나 상쾌하다는 식으로 표현되지만 친구라는 느낌을 배제하면 뭔가 부족하다. 자전거의 쾌감이라는 것은 키 큰 친구를 만나 내가 조금 더 커진 느낌이며, 더 멋진 친구를 만나 내가 조금 더 멋져졌고, 요즘처럼 에코(eco)가 인류의 화두가 된 세상에서는 나 스스로도 조금은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인 것이다.
친구 관계는 일방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소통이 필요하다. 꺼져있는 노트북은 말이 없지만 서 있는 자전거는 말을 건다. "힘들지?" 한 100㎞쯤 달리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 먹고 있으면 그렇게 묻는다. 장마 통에 창고에 처박혀 있을 때는 "날씨 참 거지 같다. 요즘엔…" 그러는 것만 같다. 자전거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을 때는, 인생이 그렇다는 건지 바람이나 한번 쐬고 싶다는 건지 모르게 "갈 길이 멀다"며 넋두리를 하기도 한다.
진정한 친구로서 자전거는 우리에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잊고 살던 일상, 모른 척하고 지나치던 사물들에 질문할 걸 강요한다. 겨울 땅을 뚫고 나오는 이른 봄의 새싹부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아침 새들의 합창까지 다시 보고 들을 걸 요구한다. 그렇게 자전거는 사람과 소통한다.
근 15년을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의지가 반이요, 추운 겨울 새벽에도 차고 문만 열면 "타이어에 바람이나 좀 넣어봐" 하는 자전거의 또 다른 의지가 반이다. 내가 소리꾼이면 자전거는 고수(鼓手)쯤 된다. 잘한다 싶으면 용기를 북돋아주고 힘들어하면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개가 주인을 닮는다고 하듯 자전거도 주인을 닮는다. 사랑받는 자전거는 꽃처럼 핀다.
'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인생이다'라는 책에서 저자 그레그 앤더스는 우리 스스로와 세상을 좀 더 멋지게 바꾸는 힘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의 법칙'을 제안하고 있다. 이 법칙은 자전거가 우리에게 실천을 요구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일이 판단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것은 인생의 모든 분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전거를 운송 수단이나 운동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아마도 진정한 자전거와는 멀어질지 모른다. 이어서 자전거가 생활의 일부가 되고 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예언하는 듯한 구절이 나온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법칙'은 아주 혹독한 감독관이다. 한번 무조건적인 사랑의 열매를 맛본 다음에는 절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영원히 우리의 일부가 되어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
한번 자전거와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그 늪을 헤쳐 나올 수 없고 그런 태도는 개인을 넘어 집단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른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길은 우리를 폭력의 숲 속에서 빠져나오게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행동·태도·언어·습관 그리고 생각들을 바꾸라고 말한다." '자전거 타기' 같은 작은 실천이 우리를 '폭력'으로부터 구하고 다른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가 유럽 사람들처럼 생활하려면 지구가 세 개나 네 개쯤 돼야 한다는 현실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훌륭한 도구가 자전거일 수 있다. 자전거야말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법칙'인 것이다. 모든 물건은 상품이며 모든 인간은 소비자일 뿐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인 이 세상에서 자전거는 든든한 내 친구, 아름다운 반려 기계가 아닐 수 없다.
김창완 뮤지션 겸 자전거 라이더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자전거 잘 타려면_안장 높이고 다리는 오므리고… 가슴은 펴라
자전거 타는 이는 많지만 모두 잘 타는 것은 아니다. 일명 '쌀배달 자세'로 타거나 페달을 꾹꾹 누르며 타면 지치기 쉽다. 누구나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다. 기본적인 몇 가지만 숙지하면 힘도 훨씬 덜 들고 속도도 내기 쉽다. "자전거로 인한 통증의 대부분은 자세에서 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자전거 잘 타는 법이 중요하다.
1. 안장을 높여라
대개의 초보자들이 안장을 너무 낮게 놓고 자전거를 탄다. 안장에 앉은 채로 두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다면, 너무 낮은 것이다. 안장 높이가 너무 낮으면 페달을 밟을 때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 마치 무릎을 반쯤 구부리고 걷는 것과 같다. 또 라이더의 하중이 엉덩이에만 집중되어 심한 허리 통증을 야기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건강한 페달링은 안장에 똑바로 앉아 발의 가장 넓은 부분으로 페달을 맨 밑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5~10% 구부러지는 정도다. 가장 간단한 안장 높이 조절법은,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가랑이 사이에 자전거 프레임을 놓고 섰을 때, 안장 코가 꼬리뼈보다 1~2㎝ 위에 닿도록 하는 것이다. 안장이 갑자기 높아지면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금방 적응돼 안정적이고 편안한 페달링을 할 수 있다.
2. 다리를 오므려라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V'자로 벌린 채 자전거를 탄다.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라이딩 습관이다. 다리를 벌리고 지속적으로 라이딩을 하면 근육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없어 관절을 다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벌어지는 대부분의 원인은 안장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안장이 낮으면 라이더의 다리가 늘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마치 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앉는 듯한 자세가 된다. 효과적인 라이딩을 위해선 페달은 수직으로 내리밟아야 한다. 게다가 다리를 벌리고 타면 남녀 불문 보기에도 흉하다.
3. 허리와 가슴을 펴라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전신에 피로를 느끼는데, 이는 자전거가 다리 힘만으로 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체 피로를 최소화하려면 가슴과 허리를 펴야 한다. 꼿꼿이 앉으라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가슴을 30도가량 앞으로 숙여야 한다는 뜻이다. 가슴을 제대로 펴지 않거나 허리가 과도하게 접히면 공기를 충분히 들이마시기 어렵다. 어깨 힘을 뺀 채 핸들을 가볍게 잡고 전방을 주시하는 것이 좋은 자세다. 자전거를 타기 전후와 라이딩 중간에 적당한 스트레칭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오수환·자전거매거진 '바퀴' 편집장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자전거 전도사' 맹형규 행안부 장관_자전거 타고 느끼는 한반도 속살에 중독
자전거 정책 주무 장관이 '○○자전거 퍼레이드'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다면 그저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혼자 한강에 나와 100㎞씩 달린다면 얘기가 다르다. 맹형규(66) 행정안전부 장관은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지금은 "저녁만 되면 타고 싶어지고 나도 모르게 끌고 나가"는 수준의 라이더다. 지난 19일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원래 무엇 하나에 빠지면 완전히 몰두하는 성격인데, 지금은 자전거에 빠져있는 셈"이라며 "전국 자전거길을 직접 돌면서 모든 문제와 해결책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국 자전거길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남한강 자전거길에는 애초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말렸습니다. 그걸 몇 명이나 타겠습니까. 아마 이렇게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전거 애호가라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자전거를 탄 뒤로는 거의 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전거길을 점검하느라 MTB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처음엔 밤에 한강을 주로 다니다가 집이 있는 송파에서 과천, 용인, 하남도 왕복했습니다. 주말엔 꼭 타는 편인데, 이달에도 잠실~아라뱃길, 양평~충주 구간에 다녀왔습니다."
―자전거의 매력이 무엇입니까.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에서는 창문이라는 틀로 풍경을 보게 되지만, 자전거에는 틀이 없지요. 공기를 온몸으로 마시고 아주 가까이서 자연을 보는 매력이 있어요. 한반도의 속살을 볼 수 있다고 할까요. 지금은 로드사이클과 하이브리드도 한 대씩, 자전거를 모두 3대 갖고 있습니다. 다리 근육이 단단해져서 집사람도 좋아합니다."
―2019년까지 전국 해안 도로와 DMZ를 잇는 자전거길을 만든다면서요.
"일단 내년에 동해안 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길을 준공하고, 태안반도와 변산반도를 잇는 자전거길, 제주도 환상(環狀) 자전거길을 닦기 시작할 것입니다. 2019년까지는 덕적도~인천, 남한강~금강~영산강 등을 잇는 국가 자전거도로가 완공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자전거길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젊은이들도 술 마시거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 보내지 말고 자전거 전국일주, 이화령 무정차 등정 같은 도전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벌써 '자전거길 부실공사'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에도 전국 종주를 한 동호인 10여명과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동호회의 인터넷 게시판을 비롯해 꾸준히 민원 사항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제 트위터에도 자주 의견이 올라옵니다. 자전거길을 만들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됐을 뿐입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자전거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는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연말까지 주행속도를 비롯한 자전거 안전 관련 법규를 입법예고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자전거 정책의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현재 정책이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는 방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주요 부품을 모두 수입에만 의존하는 국내 자전거 산업도 일으켜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는 "자전거 타는 사람치고 고약한 사람 없다"고 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여러 번 들은 얘기였다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라이딩 안전장비_폼 안 난다?… 몸 생각한다면 헬멧·고글 필수
대낮에 자전거로 아파트를 돈다든가 가까운 수퍼마켓에 다녀오는 수준이라면, 굳이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거나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에 나간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장비들이 있다. 자전거에 대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심은 아직 부족하고, 수많은 라이더가 달리는 자전거 도로에도 항상 사고 위험은 있다.
헬멧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자전거 사고 사망자 294명 중 머리 손상에 따른 사망이 227명이었다. 헬멧만 착용해도 사망자 비율을 77%까지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헬멧 착용을 싫어한다. 헬멧 착용은 그러나 필수적이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을 때 헬멧을 쓴 사람은 민망하기만 하지만, 쓰지 않은 사람은 구급차에 실려갈 수도 있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 전방의 노면 상태나 물체에 대한 시야 확보는 물론, 자기 존재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라이더들이 전조등과 후미등을 깜빡깜빡 하며 달리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잘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품이다.
핸들을 잘 잡는 것은 페달을 잘 굴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므로, 장갑 역시 필수품이다. 무더운 여름에 장시간 핸들을 잡고 달리다 보면 땀 때문에 손이 미끄러진다. 라이더의 무게 때문에 가해지는 압력과 마찰로 손에 부상을 입기도 한다. 자칫 넘어졌을 때 손바닥을 보호하는 목적도 있다.
눈부심과 자외선을 막아주는 선글라스와 달리, 자전거 고글은 라이더의 눈에 밀착되어 감싸주므로 앞바람이나 옆바람에도 시야를 안전하게 확보해 준다. 특히 강가에서는 날벌레나 먼지를 막아주는 중요한 장비다. '버프'라고 불리는 자전거용 마스크는 신축성 합성 섬유로 제작돼 흡한속건(吸汗速乾·땀을 빨아들이고 빠르게 말림) 기능이 뛰어나 사계절 두루 쓰인다. 각종 벌레와 매연·미세먼지·자외선 등으로부터 피부와 기관지를 보호해주는 아이템이다.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자전거 여행 기본 장비_펑크 대비해 펌프 장착… 배낭 대신할 '패니어(자전거 여행 가방)' 준비
자전거 여행은 주행 거리와 환경, 숙식 방법 등에 따라 그 종류도 여러 가지다. 4대강 자전거길 완공으로 자전거 여행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자전거와 아웃도어 캠핑을 동시에 즐기는 자전거 캠핑족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자전거 여행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비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드롭바·멀티핸들바
장시간 자전거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라이더의 자세다. 무리한 페달링을 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주행하다 보면, 목과 허리, 어깨, 팔 등 상체 대부분에서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MTB나 하이브리드처럼 수평 핸들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평 핸들은 라이더가 잡을 수 있는 자세가 다양하지 않아 사실상 장시간 부동 자세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이다. 반면 로드사이클에 쓰이는 '드롭 핸들바'나 투어링용 '멀티핸들바'는 직선과 곡선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다양한 핸들 포지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핸들바는 라이더가 팔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상체의 피로감을 최대한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휴대용 공구
자전거 여행에 언제나 평탄한 길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는 미세한 유리 조각이나 아스팔트 잔재 같은 노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전거 여행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고장은 역시 펑크다. 그러므로 여행 전 자전거 펑크 수리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펑크는 타이어가 아닌 타이어 내부의 튜브가 손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수리하려면 바퀴와 타이어를 분리하기 위한 타이어 레버, 튜브의 찢어진 부분을 메우는 펑크 패치 또는 여분의 튜브, 휴대용 펌프, 그리고 각종 장비 탈착과 안장 및 핸들 등의 위치 조절에 쓰는 육각 렌치 세트는 꼭 챙겨야 한다.
3. 랙(rack)과 패니어(pannier)
자전거 여행은 모든 소지품을 라이더 자신이 운반해야 하는 여행 특성상 짐양을 최소화·경량화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배낭을 메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가벼운 배낭도 장시간 메고 달리면 라이더의 어깨에 누적되는 피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 가방인 패니어를 장착하려면 자전거 전용 짐받이인 랙을 장착하는 것이 먼저다. 흔히 '자전거 뒷자리'라고 부르는 곳 역시 좌석이라기보다 짐받이 개념이다. 뒤 짐받이에 짐을 위로 쌓아올리기보다 자전거의 상하 좌우에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랙을 선택할 때는 최대 적재량과 자기 자전거 설치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패니어 역시 여행 목적과 기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전조등과 후미등
전조등과 후미등은 가벼운 도심 라이딩에서도 헬멧처럼 라이더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야간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하는 역할도 있지만, 자기 존재를 알리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거리 여행을 하다가 적합한 숙소나 캠핑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야간 주행이 불가피할 수도 있으므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빛의 밝기와 각도, 지속 시간 등을 확인해야 하고, 비상용 배터리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래픽] 자전거 수신호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국토 종주 자전거길
강변 따라 페달을 밟고 백두대간을 두 바퀴로 넘어 대한민국 국토를 종단할 수 있는 시대다. 지난 4월 22일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자전거길과 새재 자전거길이 완전 개통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총연장 1757km의 자전거도로를 갖게 됐다. 정부는 올해 내로 북한강 자전거길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동해안 자전거길을 내고, 태안반도와 변산반도를 잇는 서해안 자전거길,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제주 환상(環狀) 자전거길을 닦을 계획이다. 2019년에는 남한의 남·북단을 각각 횡단하는 남해안 자전거길과 DMZ 자전거길을 내고 4대강 자전거길을 서로 이어 국토를 자전거로 완전히 누빌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준공된 도로의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국가 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을 소개한다.
[그래픽] 국토 종주 자전거길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 국토 종주 자전거길
강변 따라 페달을 밟고 백두대간을 두 바퀴로 넘어 대한민국 국토를 종단할 수 있는 시대다. 지난 4월 22일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자전거길과 새재 자전거길이 완전 개통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총연장 1757km의 자전거도로를 갖게 됐다. 정부는 올해 내로 북한강 자전거길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동해안 자전거길을 내고, 태안반도와 변산반도를 잇는 서해안 자전거길,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제주 환상(環狀) 자전거길을 닦을 계획이다. 2019년에는 남한의 남·북단을 각각 횡단하는 남해안 자전거길과 DMZ 자전거길을 내고 4대강 자전거길을 서로 이어 국토를 자전거로 완전히 누빌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준공된 도로의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국가 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을 소개한다.
[그래픽] 국토 종주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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