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상인들 상권침해 반대로 인허가 지연
집값 상승 호재는 분명 "착공만 기달려"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 29일 오전 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 출구를 나오자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계획대로라면 이 땅엔 올해 롯데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야 했다. 현재 해당 부지는 주변 상인들 반발로 4년 동안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역세권 땅이 몇 년째 방치돼 있으니 동네 주민들도 답답해하고 있다"며 "쇼핑몰이 부적절하다면 다른 개발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역세권 알짜 부지 4년째 흉물로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2만㎡ 규모 상업용 부지를 1972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사들였다. 백화점·시네마·오피스 등을 결합한 대형 쇼핑몰을 건립하겠다는 게 애초 목표였다.
쇼핑몰 건립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망원시장 상인 등이 거세게 반대했다. 주변 상인들은 3개 필지 중 1개 필지는 비판매시설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쇼핑 측은 상인들 요구는 사업성이 떨어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지역 상인과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
사업지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합정역 홈플러스가 들어설 때도 주변 상인들 반대가 극심했다"며 "서울시는 눈치만 보지 말고 타협점을 찾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부지는 4년간 개발이 묶이면서 도심 한가운데 흉물로 남아 있었다. 현장은 잡초와 쓰레기만이 쌓여가는 등 무방비 상태다. 초역세권 핵심 입지 땅이라고는 볼 수 없을만큼 관리는 허술했다.
롯데쇼핑도 계속된 사업연기를 우려해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과정을 하루빨리 시작해달라는 의미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롯데가 제출한 계획안이 도시공동위원회에서 지연되고 있다"며 "롯데와 상인간에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감 희비… "유동인구 증가" vs "상권 블랙홀될 것"
쇼핑몰 부지 일대는 상암동 중심지에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다. 반대하는 상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쇼핑몰 부지의 인근 상인들은 복합 쇼핑몰 개장으로 주변 상권 변화뿐 아니라 유동인구 증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또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업무지구의 상주 수요와 함께 인근에선 수색증산뉴타운 분양이 진행된다. 전체적인 상암동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쇼핑몰 개장이 필요한 요소는 갖췄다는 평가다.
카페를 운영하는 K씨는 "상암동 끝자락이라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다"며 "유동인구가 증가해야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쇼핑몰 개장이 주변 상권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도 공존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넘보고 있다고 일부 상인들은 반대했다.
한 50대 여성(마트 운영)은 "여기 대부분은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게를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며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집값 상승 호재 분명 "개장만 기다린다"
현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이 해당 부지를 매입할 당시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 문의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쇼핑몰 개발호재와 관련한 문의는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과거 손님에게 개발호재로 쇼핑몰 개장을 설명하기도 했다"며 "서울시도 인허가를 무조건 미룰 수는 없어 착공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암동은 마포구 집값 시세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마포구 3.3㎡당 매매시세는 1963만원. 반면 상암동은 2148만원으로 마포구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암동은 이미 개발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로 이번 쇼핑몰 개장이 집값을 한차례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현지에선 기대하고 있었다.
쇼핑몰 예상 상주직원은 약 5000명. 일부 직원들이 인근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DMC역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주직원 5%만 주변에 집을 마련해도 매물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아파트를 제외하더라도 다가구 주택이 많아 전월세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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