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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健保, 흑자 나는 지금 개혁 나서야

그랜드k 2016. 7. 5. 10:55
치솟는 전셋값에 시달리다 못해 빚내서 집을 사면 빚도 재산이라고 건보료를 물린다. 퇴직 후 직장인 자녀를 두면 소득 재산이 많아도 건보료를 안 내지만, 자영업자 자녀를 두면 꼬박꼬박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도 없는 게 한국 건보료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도가 어떻게 여태껏 방치됐을까.

우선 정부 당국자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건보료를 월급에 맞춰 내는 현직 직장인이다. 그래서 '소득 절벽'에 부딪힌 퇴직자들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은퇴한 다선(多選) 국회의원 출신 A씨는 건보료가 월 50만원이 나온 것을 보고 고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할 때 낸 건보료가 월 27만원인데"라며 "진작 고쳤어야 할 제도"라고 한숨지었다.

이해당사자가 많은 것도 주요 원인이다. 직장인의 가족(피부양자)이 무려 2050만명이다. 처 할머니까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손대려고 하니 2050만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다.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2050만표'에 포위돼 옴짝달싹 못 한다.
'송파 3모녀' 사건에서 보듯 수입 없이 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데 건보료로 월 5만140원을 내라고 하면 이해할 사람이 있겠는가. 월세에 붙는 보험료가 1만2350원이고,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의 성별·나이를 따진 추정소득에 3만7790원이 붙었다. 이처럼 추정소득을 내세워 가난한 사람을 옥죄는 건보료 제도가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런 추정소득과 재산에 건보료를 물려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은 정당한 처분이라고 했고, 지금껏 정부는 그것에 기대어 국민의 개선 요구를 외면했다. 그러나 한 해 400만명 넘는 사람이 직장과 지역 가입자를 오가면서 재산에 붙이는 건보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부담이 가중돼 이들의 불만은 목에 차 있다.

건보료 개편의 핵심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살리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은퇴·실직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건보료 개혁을 하지 않아도 건보료가 잘만 걷히지 않느냐며 재정 흑자에 취해 있다간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에 비례해 내는 게 보편적인 흐름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소득 파악률이 낮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건보료는 임대·사업·상속 등 8가지 소득이 모두 국가 조세·경제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고려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득파악률이 여전히 낮아 소득으로만 부과하기 어렵다면, 재산에 대한 건보료는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거용 소액 재산(부동산)에는 건보료를 아예 면제하는 방식 등이다.

어떤 방법이든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면 건보료 총수입이 줄게 돼 그를 메워줄 여분의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건보 개혁은 건보 재정이 흑자일 때만 가능하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여야가 국회에서 건보료 개선 특위를 구성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건보료 개편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이젠 어떤 방안에 합의하든 정치권이 행동에 나서 국민의 동의를 얻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