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기타/정가

'선진화법' 3년 만에 입장 뒤바뀐 박 대통령-정의화

그랜드k 2015. 12. 19. 03:47

 

이른바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두고 입법부 수장과 청와대 사이에 벌어진 충돌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또한 새누리당이 친정이지만 물러날 기미가 없다. 여기에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입장 차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걸려 있지만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을 바라보는 시선의 괴리가 보다 근본적이다.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입장을 달리했던 박근혜ㆍ정의화

국회선진화법 85조는 본회의에 안건을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때로 제한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조문을 엄격히 해석해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태도인 반면 청와대는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은 17일에도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 생각은 변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 불가 견해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풍경은 3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이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4ㆍ11 총선 2주일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반드시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본회의를 소집해서 국회선진화법이 꼭 좀 처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총선 전에 여야가 합의했고, 국민들께도 약속을 드렸기 때문에 처리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인사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연루에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라는 ‘삼재’ 속에서 총선을 치러야 했던 새누리당에게 이 법은 남달랐다. 개혁과 쇄신의 상징으로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몸싸움과 다수당의 횡포가 없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없애겠다는 명분도 괜찮았다.

교시와도 같은 박 대통령의 엄명에 친박계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총대를 맸다. 결국 이 법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5월 2일)의 최대 성과가 됐다. 의원 192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정의화 의장은 48명의 한 사람으로 이 법을 반대했다. 정 의장은 의장 권한대행으로 이 법의 통과를 선언하면서도 “과연 충분하고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19대 국회가 무기력 국회, 식물 국회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표결 12일 전엔 반대 기자회견도 자청했다. 정 의장은 “법의 취지가 아무리 고상해도 우리 정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더구나 이 법은 19대 국회에 적용되는 법인 만큼 18대 국회가 아닌 새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18대 마지막 국회서 처리된 법 다시 개정 움직임

최근의 상황은 입장이 역전된 형국이다. 법을 반대했던 사람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을 찬성했던 사람은 법을 어기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이 법의 개정을 벼르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국회선진화법은 곧 ‘야당결재법’이다. 20대 국회에서 손을 봐야 한다”(친박계 중진), “이 법대로라면 국회의원은 (여야 협상에 참여하는 지도부) 6명만 있으면 된다”(비박계 재선),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폐해도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당직 의원)는 게 당내 여론이다.

이러다 보니 당시 법 통과를 주도한 박 대통령을 향한 볼멘 소리도 나온다. 비박계 모 의원은 “대통령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없이 국회의장만 압박한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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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국회 40초 뉴스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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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화법, 제왕적 야당 만들어"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이 국회선진화법이 제왕적 야당을 만들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적극 주도했고 정의화 의장은 반대했었습니다.

▶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 흔들려"

정의화 국회의장이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 영결사에서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의장님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어제 저녁 회동…일요일에 다시 논의

정의화 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어제(17일) 저녁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문제와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일요일에 다시 만나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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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가 요청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해서 청와대와 정 의장의 갈등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고 밝힌 이유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는 건데요, 정작 3년 전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정 의장이 반대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찬성을 했었죠. 3년 만에 뒤바뀐 두 사람의 입장, 국회 발제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2012년 5월 2일 한국 정치에 혁명적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87년 개헌 이후 가장 큰 제도적 변화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국회선진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입니다. 국회선진화법,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석 과반이 아니라, 60%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기준을 강화한 법이죠.

당시엔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관심이 온통 대선에만 쏠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 국회선진화법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진지하게 따져보는 사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결사반대를 외친 선지자가 있었으니, 바로 정의화 당시 국회 부의장입니다.

국회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정 부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선진화법에 중대 결함이 있다며 수정을 촉구했습니다.

[정의화/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 (2012년 4월 20일) : 이 조항으로 인해 우리 국회는 식물 국회가 되고 시급한 민생현안과 국익과 직결된 법안이 상임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서 국정운영에도 대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당시 정의화 부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3년 뒤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한탄을 정확히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제48회 국무회의 (지난달 10일) :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습니다.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하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2012년 당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자고 결정 내린 사람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원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때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당시 새누리당의 속내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작으니까, 여소야대 국회가 될 경우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보험에 들자는 거였죠.

하지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의외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니까 친이계를 중심으로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니 보험을 해약하잔 겁니다.

요즘 야당에선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하니까 정 의장에 대한 칭송이 드높은데요, 하지만 3년 전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처리에 반대했을 땐 이렇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습니다.

[노영민/당시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2012년 4월 20일) :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1당, 그것도 과반수 1당이 되었다고 해서 이제 와서 이를 뒤집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미 총선 전에 여야가 합의를 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을 드린 것이기 때문에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꼭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래서 그해 5월 2일 국회선진화법은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27, 반대 48, 기권 17로 통과됐습니다.

당시 찬성 의원 명단엔 박근혜 의원을 비롯해서, 이번에 정의화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이나,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이름도 들어있습니다.

3년 전 정의화 의장은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선언하면서 이런 예언을 남겼습니다.

[정의화/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 (2012년 5월 2일) : 이번 개정안이 과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19대 국회가 무기력 국회, 식물 국회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정 의장의 예언은 지금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나 있는데요,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은 3년 전 정 의장의 말에 따랐어야 했다는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는 < 국회 선진화법 입장 뒤바뀐 박 대통령·정 의장 >으로 잡겠습니다.

Q. 선진화법 입장 뒤바뀐 박 대통령-정의화

Q. 현기환 직권상정 거론…대통령 의중 반영

Q. 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건 까다롭게 규정

Q. 정의화 "국가비상사태? 동의 못해"

Q. 박 대통령, 선진화법 통과 지시 왜?

Q. 2011년 FTA 처리 때 최루탄 등장

Q. 2008년 FTA 상정 땐 전기톱 등장

Q. 당시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려

Q. 쟁점법안은 의석 60% 동의해야 처리

Q. 19대 총선 전엔 과반 어렵다고 예측

Q. 여소야대 대비해 선진화법 '안전장치'

Q. 야당선 "선거 이겼다고 말 바꾸나"

Q. 선진화법 주도 황우여, 박 대통령 설득

Q. 대통령 당선 뒤 선진화법은 '족쇄'

Q. 청, 직권상정 압박…정의화는 거부

Q. 친박계, 정의화에 노골적 불만 표출

Q. 김태흠 "국회의장으로서 폼만 잡아"

Q. 정의화 "삼권분립 흔들리는 작금…"

Q. 정의화, 조원진에 "그때 찬성해놓고…"

[앵커]

새누리당 상황도 참 복잡하군요. 오늘 국회 발제는 < 선진화법 3년 만에 뒤바뀐 입장 >으로 잡고, 국회선진화법 탄생의 배경과 함께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