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높은 지역서 성행…"수익률 무용담 자랑처럼 나와"
지난해 유행한 성북구 길음동, 올들어 전세가격 폭증
전셋값 떨어지는 상황 오면 투자자 아닌 세입자 피해 우려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1000만원 들여서 불과 두 달만에 5000만원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어요."(서울 강북구 길음동 K공인중개업소 대표)
"갭투자요? 강북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엔 파크리오에 투자하겠다며 오셨던 분이 있었어요. 저렴한 물건은 매매가가 8억5000만원이고 전세는 7억5000만원이니 1억이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게 되는거죠."(서울 송파구 신천동 M공인중개업소 대표)
부동산 시장에서 '갭(gap)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갭투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이다. 무(無)피투자라고도 하는데, 피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산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만 해도 성북구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됐던 갭투자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가 성행하는 원인은 매매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전세값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말 3억3859만원에서 올 10월 3억8875만원으로 5000만원 이상 올랐다.
I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을 사들인 뒤 전세계약 만료에 맞춰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집값이 3억원인데 전세 시세가 2억2000만원인 지역의 아파트를 전세 2억7000만원까지 끌어 올리면 3000만원만 투자해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지방 투자자들이 길음동을 돌면서 소형 주택형 위주로 몇 채씩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이 전세 매물을 비싸게 내놓기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국정감사 이후에야 공론화가 된 문제 아니냐"며 "지난해 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크게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음뉴타운 5단지 59㎡ 주택형 매매가격은 지난해 4분기 3억7000만원에서 10월 4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같은 시기 전세가격은 3억5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기를 잘 탄 사람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씩 벌었다는 얘기가 나돈다"며 "최근 들어서는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갭투자 열풍은 강남 등 서울 내 다른 권역으로 전이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갭투자의 첫번째 조건은 높은 전세가율"이라며 "강남3구에도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들이 있는데 이런 곳이 갭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 주택형이 각광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기 때문이다. 서초구 S아파트(전세가율 92%)·송파구 Y아파트(전세가율 91%) 등이 최근 주목받는 단지라고 한다.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억원 남짓한 종잣돈이 있다면 송파 권역 신축 아파트를 노릴 수 있다"며 "갭투자가 강남권까지 퍼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갭투자가 퍼지고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3000만~5000만원 선이고 실수요자가 많은 84㎡ 주택형이라는 점이다. 전세 물건이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싸게 사들여 비싸게 전세를 주는 것이 갭투자의 핵심"이라며 "전세가율이 계속 오르는 한 갭투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세가격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이후 갭투자가 성행한 성북구 길음동은 올 들어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0.9% 오르는 데 그쳤으나 올해에는 Δ1분기 4.44% Δ2분기 6.14% Δ3분기 10.33% 뛰었다.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본이 적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오면 전세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셋값 오름세가 꺾이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매매가격도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면 집을 처분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른바 '깡통 전세'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갭투자들이 전세매물 품귀 현상을 틈타 비싼 전세를 내놓으면서 전체적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전셋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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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틈탄 '무피투자' 극성..전세시장 교란 주범
입력2015.10.29. 09:25수정2015.10.29. 09:42
투기세력, 소액으로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 집중 투자
“투자금 회수 위해 전셋값 올려…세입자 피해 우려”
최근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큰돈 들이지 않고 전세를 끼고 사는 이른바 ‘무피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피투자란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는 투자'라는 뜻의 신조어로, 은행 차입이나 임대보증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무피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빨리 회수할 목적으로 전세 재계약 시 전세금을 급격히 올리는 경우가 많아 전세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세금은 평균 7.49% 올랐다. 성북구 아파트 전셋값은 9개월 사이 10.65% 상승했고 강서구도 10.56% 올랐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9월 말 기준 전세가율은 서울이 71.8%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도 가장 높은 72.9%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좁혀지면서 1000만~3000만원으로 2억~3억원짜리 집을 사는 사례도 늘었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실이 150가구로 구성된 서울 강서구 아파트 한 동(棟)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결과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거래된 37건 중 28가구가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 매수자의 집 주소는 경남, 부산, 전남, 충남, 울산 등으로 다양했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5% 수준으로, 올해에만 전셋값이 4000만~5000만원씩 올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투기 세력들이 전셋값을 최대한 매매가격에 맞추려다 보니 기존 임차인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며 “이들은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전세금을 최대한 올리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최근 전세금이 작년의 매매가격을 넘어선 단지도 속출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서울숲푸르지오 76.26㎡의 평균 전세금은 작년 10월 3억7500만원에서 최근 4억6500만원으로 9000만원 올랐다. 이 기간에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4억35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뛰었다. 작년에 전세를 끼고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한 푼(중개 수수료 제외)도 들이지 않고 1년 만에 3000만원을 번 셈이다. 나중에 아파트를 팔면 시세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성현동아 86.19㎡도 최근 전세금이 3억원까지 올라 작년 10월의 매매가격(2억9000만원)을 뛰어넘었다.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휴먼시아6단지 70.94㎡도 작년 10월의 평균 매매가격이 1억9250만원이었으나 최근 전셋값이 2억2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빠르게 월세로 바뀌면서 전셋집이 귀해진 탓에 무피투자를 하는 사람이 당분간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 팀장은 “일부 지역은 투자자들이 전세난을 틈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물건을 내놓으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나중에 전셋값이 떨어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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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경고등' 켜지나…한풀 꺾인 매매·전세
가격 상승 피로감에 전국 아파트 숨고르기…오름세 둔화
대구·부산도 가을 들어 상승률 급감…'지방발 침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에 '노란불'이 켜졌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임에도 추석 이후 주택 매매·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래시장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표상 '적신호'로 보긴 아직 어렵지만 잘나가던 최근 일련의 분위기가 주택 시장에 상승동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8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에 비해 0.35% 상승했다.
이는 지난 9월(0.39%)에 비해 상승폭이 0.04%포인트 감소한 것이면서 설 연휴가 끼어 있던 2월(0.34%)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통상 10월은 9월 추석 연휴 이후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9월에 0.32% 올랐다가 10월에는 0.36%로 오름폭이 확대됐으나 올해는 반대다.
특히 지방의 상승세 둔화가 뚜렷하다.
올해 집값 상승률 1위를 달리는 대구광역시는 올해 1월부터 매월 1% 이상 오름세를 보였으나 지난 9월 처음으로 0.69%를 기록하며 1% 상승률이 꺾이더니 10월에는 0.49%로 다시 둔화됐다.
올해 5월 한달 만에 1.89%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엔 오름폭이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광주광역시 역시 1월 1.51% 상승에서 시작해 4월까지도 1.1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7월(0.35%) 이후 오름세가 급격히 둔화되더니 지난달에는 0.08%를 기록, 사실상 보합으로 돌아섰다.
청약 과열이 빚어지고 있는 부산도 지난달 0.47%로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7월(0.91%)에 비해 상승폭은 반토막났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인 것은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가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76%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수도권에서도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서울만 지난달 전세 1.32%, 매매 0.49% 오르며 전월에 비해 상승폭이 컸고 경기·인천은 매매·전세 모두 오름폭이 둔화됐다.
이처럼 올해 가을 이사철 특수가 예년만 못한 것은 연초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매수 문의도 예전보다 줄었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며 "올해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추가 매수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가을에 매매·전세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구하려고 7, 8월에 수요자들이 바짝 몰리더니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되레 한산한 편"이라며 "전세도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문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이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D공인 대표는 "대구는 최근 2∼3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들린다"며 "최근 비싼 값에 내놓은 아파트는 팔리지도 않고, 호가를 1천∼2천만원 이상 낮춰 내놔도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H공인 대표도 "요즘 아파트 청약률은 높지만 지난달부터 매매·전세는 문의도 줄어들고 거래도,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며 "작년 말에 비해 주요 아파트값이 4천만∼5천만원씩 오르고 전세가격도 6천만∼7천만원씩 오르다보니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방발 침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대구·부산 등 광역시와 지방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2∼3년간 집값이 많이 올랐고 내년 이후 대구 등 지방에선 입주 물량도 늘어난다"며 "수도권은 몰라도 지방은 서서히 침체가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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