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서울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초 연내 착공을 약속했지만 아직 실시협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동북선 경전철은 성동구 행당동(왕십리)과 노원구 중계동을 잇는 총연장 12.3㎞의 전철 교통망 구축 사업으로, 정거장 14곳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개통되면 왕십리에서 중계동까지 이동 시간이 55분에서 23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된다.
동북선 경전철 노선도. /조선일보 DB
◆ 경남기업 법정관리와 성완종 사태로 논의 지지부진
이 사업은 2010년 7월 경남기업이 주간사인 ‘동북뉴타운신교통주식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그간 협약 체결이 지연됐다. 올해 들어서도 경남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성완종 사태로 검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사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는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직권 취소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간사가 법정관리 중이라고 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아직 경남기업의 대상자 자격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경남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사업을 계속 이어갈지, 그렇지 않을지를 두고 서울시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자치구와 주민은 ‘부글부글’
연내 실시협약 체결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내년 착공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노원구, 동대문구 등 해당 자치구와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사업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빨리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중계동 A공인 관계자는 “계획대로면 최소 올해 착공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경남기업 문제로 미뤄지면서 주민들 모두가 불만이 커졌고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몇 해 동안 연기된 사업이라 부동산 거래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대 아파트값도 수 년 전과 비교하면 하락했다. 특히 사업지 가장 북쪽에 있는 노원구 중계동 지역이 두드러진다.
중계동 ‘한화그린’ 전용면적 59.5㎡ 매매가격은 3년 전 3억2500만~3억70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억2750만~3억5750만원 선이다. ‘중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38.64㎡ 역시 매매가격이 2012년 10월에는 1억5000만~1억7250만원이었으나 이달에는 1억5000만~1억6750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 기약없는 착공
경남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거나, 서울시가 직권으로 자격을 취소하면 새로 사업자 선정을 하거나 차순위 협상자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소요된 시간과 비용을 따졌을 때 후자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도 내부 검토를 거쳐 사업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앞으로 수 년간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넘어온다고 해서 당장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다”면서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