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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18회, 오해 8회, 왜곡 2회…'李 무죄' 2심 판결 꾸짖은 대법

그랜드k 2025. 5. 3. 06:28

 

입력 2025.05.02. 18:47업데이트 2025.05.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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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오른쪽)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심판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법원 주변에서는 “대법원이 판결 곳곳에서 2심의 잘못을 지적했다” “2심을 깬 경우는 여러 번 있지만 이렇게까지 질타한 경우는 잘 못봤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잘못’이라는 표현이 87쪽 전체 판결문 중 다수의견 분량인 34쪽에서 18번 등장한다. 주로 2심의 공직선거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이 후보가 고(故)김문기씨와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국민의힘이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네 명이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했다’는 내용의 ‘골프 발언’ 의 경우, 대법원은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김씨를 알았는지 여부가 아닌 ‘골프 동반의 교유행위’로 허위사실 공표를 적시했는데도 2심이 간과해 공소사실 자체를 달리 본 잘못이 있다”고 했다.

특정인을 알았는지 여부는 ‘인식’에 대한 것이어서 ‘행위’에 대한 거짓말로 처벌할 수 없다. 반면 특정인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은 행위에 대한 내용이다. 대법원의 지적은 2심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간과해 해당 발언이 독자적인 의미가 없고, 허위 발언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2심이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용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삼겠다고 했다는 ‘국토부 협박’ 발언은 용도변경의 대상에 백현동 부지가 배제되는 것이아니라 백현동 부지까지 포함된 설명임에도 2심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는 관련 없는 발언이라고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법리 오해’도 8번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리 오해’는 법령의 해석을 잘못하거나 적용을 잘못한 경우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상고 이유에 해당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뉴스1

대법원은 ‘골프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표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했다.

특히 백현동 부분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에서의 ‘표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사실과 의견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공표의 객체인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고 했다.

2심이 요약한 이 후보의 발언 요지,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고 본 부분, ‘협박’이 국토부의 행위이지 이 후보 행위가 아니라고 본 부분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다.

 

◇2심의 백현동 판단 두고 ‘왜곡’ 비판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는 ‘왜곡’이라는 표현도 두 번 등장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피고인(이 후보)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국토부의 혁신도시법 의무조항에 의한 압박’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협박’을 도외시한 채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로 발언의 의미를 왜곡해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즉 백현동 부지의 파격적 용도변경을 두고 특혜 의혹을 받고 있던 이 후보(당시 경기지사)가 2021년 10월 국감에서 직접 해명한 내용은 위와 같이 1)국토부로부터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에 따라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2)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협박이 있었다는 것으로 정리되는데, 2심은 이와 달리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용도를 변경했다’고 발언 의미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2심은 그러면서 해당 발언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대법원은 이런 해석 방법은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일반 선거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한 법조인은 “ 대법원이 ‘왜곡’표현까지 쓴 것은 2심 해석이 단순한 실수나 1심과의 견해 차이가 아니라 무죄 판결을 주려는 의도에 기반했다고 본 것 같다”며 “‘잘못’이나 ‘법리오해’와는 차원이 다르다. 2심 재판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판결문에는 ‘분절’도 7번 등장한다. 이는 2심이 백현동 발언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국토부 협박’ 부분을 백현동이 아닌 다른 부지에 관한 것으로 해석한 방식과 관련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나의 답변으로 연결된 발언 내용을 사후적으로 세분화하거나 인위적으로 분절하는 방법으로 재구성해 발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사후에 인위적으로 분절한 다음 각 구간의 개개 발언을 합치거나 재조합해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일반 선거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2심 판결이 발언 취지를 전체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있음을 대법원이 여러 각도로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