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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壽 최고 비결은 ‘관계’…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람 만나야”

그랜드k 2017. 5. 10. 17:52

장수 연구’세계적 권위자 박상철 DGIST 석좌교수

‘불로장생(不老長生)이 가능할까.’

장수(長壽)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박상철(69)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를 만난다는 설렘에 머릿속은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박 교수는 “오래 살고 싶은 건 모든 사람의 욕망이지만 노화는 숙명”이라면서도 “인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불로장생이 가능하고, 실제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2009년 사이 국내 최초로 100세인 조사 결과를 발표해 국내외에 장수에 대한 인식 대전환을 일으킨 인물이다. 지난 4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 이곳 센터장이기도 한 박 교수는 연구실에서 늙음과 젊음의 비밀을 확인하기 위해 ‘타임랩스 현미경’으로 세포의 장기 변화과정을 고속촬영해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DGIST로 초빙된 후 100세 장수비결 강의와 선천성 조로(早老) 증후군 환자의 노화 회복·세포 노화 회복 메커니즘을 규명해 큰 관심을 모았다.


“자연 상태의 공식 세계 최장 수명은 122년 6개월입니다. 프랑스의 한 노인 사례죠. 국제노화학회에서 인정한 기록으로, 인구학자들이 생년월일까지 정확히 확인한 것이지요. 비공식적으로 180세도 있지만 출생 기록 근거가 미약해 인정되지 않습니다. 공식 최장 기록을 뛰어넘는 사람이 나타날까, 학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수명 한계는 큰 이슈지요.”

그는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맡았던 지난 2000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회의를 할 때 이런 주제로 일부 학자들이 내기까지 걸었다고 했다.

“2150년에 150세 되는 사람이 있을지를 두고 300달러를 걸었어요. 누가 이 돈을 가져갈까요. 당시 참여한 학자들은 자손까지 대(代)를 이어 내기하자며 공증까지 했답니다.” 하지만 박 교수는 학자들 사이에서 소위 ‘인조인간’이 탄생하지 않는 이상, 정상 수명으로는 125세를 한계로 보고 있다고 단정했다. “근거는 인간 세포 사멸을 인위적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연구한 결과, 최대 수명이 125세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공공적 요인에 의한 노화(Public aging)와 개인 노력에 의한 노화(Private aging)를 들었다.

“공공적 요인에 의한 노화는 환경과 사회적 요인입니다. 1900년 미국이나 유럽의 평균 수명은 50세도 안 됐는데 2000년에 딱 80세가 됐어요. 100년 동안 평균 수명이 30년 늘었어요.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가장 큰 이유가 상수도 보급에 따른 깨끗한 물 공급과 전기 도입으로 인한 냉난방, 그리고 의료였지요. 3가지가 필수조건이지요.”

그는 개인 노력에 의한 노화 요인은 생명보조기술을 예로 들었다. “이미 생명체에 기계를 많이 넣은 인조인간이 나오고 있잖아요? 쉽게 말해 틀니, 임플란트에서 인공관절·심장 등…. 또 각종 웨어러블 장비가 몸에 딱 맞게 나오고 있어요. 뇌도 대체품으로 만들 수 있는 트랜스 휴먼도 나타날 겁니다. ‘항노화’도 수명연장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지요.”

박 교수는 “체세포·동물복제 등이 벌써 많이 진행됐다”면서 “특히 많이 손상된 늙은 동물의 세포로도 정상적인 개체가 만들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불로장생, 수명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노화에 대한 신기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늙은 쥐와 젊은 쥐의 복강(腹腔)을 연결해 피를 서로 통하게 하면 늙은 쥐는 젊어지고 젊은 쥐는 늙는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이 원인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전쟁을 벌였지요.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 중 어느 쪽이 먼저 죽느냐 실험했더니 젊은 세포는 금방 죽는데 늙은 세포는 잘 죽지 않더군요. 내가 최초로 발견했어요. 즉, 젊은 쥐와 늙은 쥐 복강에 DNA를 손상하는 물질을 넣어보니 젊은 쥐의 간은 전부 훼손됐는데, 늙은 쥐는 그렇지 않았어요.”

광주 출생인 박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1980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위암’ 연구를 시작했다. “식품 발암물질 연구를 했어요. 이 연구에서는 유전자 조작이 제일 중요하고 동물 실험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유전자 조작과 동물실험 연구가 왜 그렇게 싫었던지…. 그래서 1990년대 초 장수 연구로 방향을 바꿨지요. 초창기 장수 연구는 ‘늙으면 얼마나 처참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장수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여건, 환경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처참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는 장수 연구 초기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8년 서울대 연구처장 시절 연구를 시작했는데, 당시 연구비 5000만 원을 대학 측으로부터 받았지요. 또 장수인(人)이 많은 강원과 전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2억 원, 삼성 등 기업에서 2억 원을 보태줬어요. 이러한 자투리 연구비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이지요. 그런데 장수인 연구는 많은 인원이 동원돼 발품을 팔아야 해요. 만나야 하거든요. 머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거죠. 장수인을 조사하러 가자고 몇몇 연구원에게 연락하니, 다들 급한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더라고요. 짧게는 20일, 길게는 40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장수인을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참여한 연구원은 결국 장수생태학, 장수인류학의 1인자가 됐지요.”

박 교수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의에서 장수 비결로 운동·영양·관계·배움·참여 등 5가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전경련 강의는 생각도 못 했어요. 원래 강의하려던 분이 사정이 생겨 소위 ‘대타’로 나섰는데 1000명이 넘게 모였어요. 강의에서 평소 연구했던 내용을 토대로 5가지를 제시했는데, 장수인을 만나본 결과, 이 중 ‘관계’가 가장 중요한 비결인 것 같아요. 여기에는 부지런함이 포함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말고 스스로 독립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가정에서는 스스로 음식을 장만하고 밖에서는 봉사활동을 하고 컴퓨터, 노래도 배우면서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장수인은 질병의 특징도 있다고 했다. “100세인 중 고혈압, 관절염, 위장병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당뇨는 거의 없어요. 당뇨는 생활습관 질환인데, 결국 장수와 생활습관도 연관이 있다는 거죠.”

그는 2013~2015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부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오래 연구하지 못하고 DGIST로 옮겼다. “당시 사람답게 늙는 데 대한 연구가 세계적인 추세였어요. 서울대에서 삼성으로 옮긴 뒤 웰에이징연구센터를 만들었는데, 6개월 뒤 구글이 같은 센터를 만들더라고요.” 하지만 삼성은 그가 나온 뒤 센터를 곧바로 해체했다. 그는 아쉬워했다. “삼성에서 했던 일을 여기서는 할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장비와 인력 등 규모 때문이지요. 당시 삼성에서는 각종 장비를 구축하고 박사 100명으로 연구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초기 50명을 뽑아 연구활동을 하던 중 갑자기 센터가 해체됐어요. 연속성을 유지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상은 묻지 마세요.”

그는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견줘 심각하진 않지만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노인은 일본이 전체 인구의 24%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14% 정도 되지요. 또 100세가 넘는 인구는 일본이 6만 명이지만 우리나라는 3000여 명입니다. 미국은 7만 명, 중국은 5만 명 정도입니다. 현재 정부의 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노인에 대한 선심성 수혜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고령인이 인간답고 보람 있게 살도록 하는 방안과 거리가 있어요. 노인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이 필요합니다.”

DGIST는 박 교수를 위해 지난해 10월 웰에이징연구센터를 열었다. 그는 노화 현상 메커니즘 규명 및 제어 기술, 노인성 질환 치료 및 예방 물질 발굴, 노화 진단 키트 및 바이오마커 개발, 활력 유지와 증진을 위한 근육·신경·혈관·면역 등 유기적 통합 관계, 100세인과 초장수 등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노화의 비밀을 푸는 게 핵심이다.

“노화는 세포로 규명해야 하는데, 이것을 학자들도 정확히 모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으면 열쇠를 찾기가 쉽겠지요. 그래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노화 관련 생체 운동성 및 대사성 분야의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노화 지표 표준화 공동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1949년 광주 출생 △광주일고·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학박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소장 △과학기술부 국가중점연구기획위원회 위원 △서울대 연구처장 △제5대 한국노화학회 회장 △제3대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국제노화학회 회장 △세계노년학회 아시아·태평양학회 사무총장 △과학기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 소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상임이사 △국제운동생화학회 대회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부사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

e-mail박천학 기자 / 전국부 /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