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는 기자이지만 종종 기사보다 기사 댓글이 더 흥미롭다. 기사에서는 대놓고 쓰지 못했던 현장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그래서 때론 기사보다 더 ‘팩트’에 가까워 보이는 날것의 생생함이 느껴져서다. 여행신문 온라인을 통해 매일 기사를 내보내고 네이버·다음·줌 인터넷 포털에 뉴스를 전송하는 일 못지않게 꼼꼼히 댓글을 살피는 이유다. 기자들의 기사를 여과하고 취사선택하는 데스크 입장에서도 댓글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날카로운 취재원이다. 여행사간 저가경쟁이 심화하면서 인솔자나 현지 랜드사가 이른바 ‘인두세’를 여행사에 주고 팀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얼마 전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그랬다. 처음에는 흥미롭다가 나중에는 착잡해졌다. 기껏 이러려고 그 참혹했던 코로나19를 감내했던 것일까? 제자리는커녕 오히려 퇴행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댓글 포문은 여행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독자가 열었다. ‘인솔자와 가이드가 세금 한 푼 안내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인지는 알고 (그들을 두둔하는 기사를) 썼느냐’고 해당 기자를 책망하자, 가이드나 인솔자로 보이는 다른 독자가 ‘팀에 쇼핑이 있으면 대박, 없으면 마이너스로 인한 쪽박이다. 한 달 400~500만원 벌던 시절은 과거이고 지금은 한 달 수입 50~200만원’이라고 반박했다. 화살은 여행사로 향했다. ‘쇼핑센터 물건이 정상적일 거라고 믿는 여행사가 있을까’라는 비아냥조의 의문에 ‘**투어 @@투어 등 이름 있는 모든 여행사는 다 양아치 집단’이라는 원색의 비난이 맞장구쳤다. ‘현지 여행사에 마이너스로 팔기만 한 채 책임도 지지 않는다. (마이너스 투어피로 시작해 쇼핑과 옵션으로 메우는) 이런 사슬을 만든 건 한국의 여행사다’라는 댓글은 마이너스 투어피에 진절머리가 난 현지 랜드사가 쓴 게 분명해 보였다. 9만원대 중국 초저가 상품 출시를 다룬 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댓글들이 난무했다. ‘홈쇼핑 판매부터 마이너스는 시작’이라는 등의 지적과 한탄이 이어지다가 결국엔 ‘그 가격에 파는 여행사나 사는 소비자나 모두 사라져야 할 존재’라는 극단의 반응까지 나왔다. 그 날것의 댓글 공방 어디에서도 동종 업계 구성원과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건전한 토론과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로 물고 뜯기 바쁠 뿐이었다. 과연 우리 여행업 생태계는 안녕한 것일까?
‘여행 생태계는 지금’을 여행신문 창간 32주년 특집호 주제로 삼은 데는 코로나 이후 여행업 생태계의 안위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 과연 여행업계는 건전한 생태계 환경을 회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코로나 이후 회복의 수혜가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고루 퍼지지 못한 것은 물론 구성원 간 유대와 연대, 파트너십도 급격히 느슨해진 느낌이다. 코로나 이후 여행사보다는 항공사가, 랜드사보다는 여행사가, 중소업체보다는 대형업체가 더 큰 회복의 과실을 차지했고, 갑이 을에게 다시 을이 병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고질적인 병폐도 곳곳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회복의 속도와 범위가 제한적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코로나 이후 불과 1~2년 만에 초저가, 출혈경쟁, 마이너스 투어, 덤핑, 인두세, 쇼핑 강매, 옵션 강요라는 부정의 단어들이 일상화될 줄은 몰랐다. 여행업계라는 한 울타리에 있다는 동업자 개념도 희박해진 상황에서, 외국계 여행사와 거대 자본의 공세까지 거세져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협회나 기관들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협회 간 협력과 화합은 사라졌고 그야말로 개별플레이, 각자도생하자는 식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관광예산의 핵심 재원으로 쌓이는 출국납부금을 30% 삭감하기로 했는데도 찍소리 한 번 내지 못했겠는가. 반대 의견을 냈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공허했다. 올해 말이면 여행업계 3대 협회로 꼽히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 한국여행업협회(KATA), 서울시관광협회(STA)가 새로운 사령탑을 뽑는다. 3개 협회 모두 벌써부터 차기 회장자리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 다행스럽다. 어느 때보다 잘 검증하고 제대로 평가해서 올바른 인물을 뽑아야겠다. 포스트 코로나 건전한 여행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해야하니 말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기자의 다른기사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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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기자
- 입력 2024.07.01 00:15
- 댓글 6
초저가 패키지여행의 그늘…커지는 수익 구멍에 가이드‧인솔자 ‘비명’
한풀 꺾인 해외여행 수요에 초저가 경쟁 돌입
가이드‧인솔자, "인두세 납부하고 팀 받는다"
팁‧선택관광 등으로도 보전 어려워 '악순환'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초저가 패키지여행이 쏟아지고 있다. 냉랭한 분위기 속 모객이 급한 여행사들이 아쉬운 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인데 결국 이에 대한 부담은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 인솔자까지 먹이사슬처럼 내려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여행사 홈페이지에서는 초저가 패키지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공과 호텔, 가이드, 식사까지 포함된 패키지이지만 터키 99만9,000원~, 동유럽 8일 189만원~, 태국‧베트남 29만9,000원~ 등 비정상적인 가격대로 판매 중이다. 심지어 일부 중국 패키지여행은 9만원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초저가 패키지상품이 쏟아지자 가이드와 인솔자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랜드사나 여행사에 1인당 일정 금액, 일종의 ‘인두세’를 지불하고 팀을 받거나 손님들로부터 받은 가이드‧기사 팁, 옵션과 선택관광을 판매하고 남은 수익을 랜드사와 나누는 등 불합리한 정산이 더욱 비일비재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관광지의 입장료나 기사의 식사비용을 인솔자가 부담해야하는 조건도 있다. 한 유럽 인솔자 관계자는 “투어피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옵션이나 선택관광으로 남긴 수익의 일부도 랜드사에 지급해야하는 구조가 점점 당연해지고 있다”며 “요즘은 랜드사에 보내야하는 비용도 크게 인상돼 인솔자들의 수익은 작년 대비 7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손해를 떠안고 시작하는 만큼 가이드와 인솔자들은 현장에서 선택관광과 옵션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수익이 궁한 여행사와 랜드사들은 가이드와 인솔자의 위기대처 능력이나 책임감, 꼼꼼함 등의 자질보다는 선택관광과 옵션으로 이익을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이드는 “여행객들을 안전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본연의 업무보다 선택관광과 옵션을 얼마나 잘 판매하는가에 따라 평가받고 있다”며 “이는 여행의 질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어느 한 지역에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정도로 심각한 만큼 여행사들이 의식적으로 과도한 저가 경쟁을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기자의 다른기사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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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한국여행사는 인당 40만9천원의 매출을 냈고
2차로 현지여행사는 인당 35만원 매출 (현지경비50불, 선택관광200불) - 인두세 6만원 의 매출을 냅니다. 여기까지 가이드는 0원의 수입인거죠
3차로 쇼핑 발생을 시켜야 현지 여행사, 가이드가 이익이 생깁니다.
이 사슬을 만든건이 하나,모두,노랑등 한국의 여행사 입니다. 웃기죠?답글 1
여행삼품에 가이드팁외에는 모든 프로그램 포함해서 판매하도록 정확히 법으로 정해야 합니다
옵션비용이 여행비보다 많은경우도 있네요
그래야 여행사만 돈버는구조를 막을수 있습니다
모든 여행사 다 똑같습니다답글 1
손고은기자님, 인솔자 가이드들이 세금 한푼 안내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심층 취재 한번 해보세요.
아마 기자님 연봉 두배도 넘을걸요? 연봉 짜기로 유명한 여행사 사무직 연봉 3~4천, 팀장 이사급되면 6~7천 하려나? 인솔자들 수입이 여행사 이사급보다 적은 사람이 몇명이나 될지, 현지가이드는 꼴랑 5시간 일하고 얼마를 버는지 한번 조사해보세요.
기자님 말대로 정상적인 금액 소비자에게 받고 옵션 쇼핑없애고 인솔자와 가이드도 월급제로 하자고 하면 제일 먼저 반대할 사람들이 그 분들일거임답글 1
人 ○ (비회원) 2024-07-01 19:19:20 IP삭제홈쇼핑 비싼광고 시작부터가 이미 마이너스될거같은데답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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