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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10% 적금 가입 취소해주세요" 금감원, '고금리 특판' 현장점검

그랜드k 2022. 12. 15. 07:03
박슬기 기자입력 2022. 12. 15. 05:04
금감원은 상호금융권이 약속한 특판관리시스템 개선이 이달 중 완료되면 내년 1월 중 중앙회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 일부 지역 조합들이 8~10%대 고금리 예·적금을 판매하다가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자 고객에게 상품 가입 해지를 요청하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다음달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중앙회 수신 담당자들과 '고금리 특판 내부통제 현황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예·적금 금리는 개별 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사고처럼 직원 실수나 조합의 경영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수신 경쟁이 조합 건전성 악화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은 과도한 예·적금 유치 경쟁이 상호금융권 전반의 유동성 및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앙회 주도의 체계적인 관리를 당부했다.

또 사고발생 조합 적금에 가입한 고객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고객들에 대한 충실한 안내도 지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호금융권 중앙회는 지역 조합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도 고금리 특판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조합이 일정 금리 이상의 예·적금을 판매할 경우 사전에 '특판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중앙회가 이를 점검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특판관리시스템으로 예·적금 판매한도를 설정하고 한도 초과 시 자동으로 추가 판매를 제한해 유사 사고를 예방키로 했다.

예를 들어 실무자가 판매한도를 입력하면 책임자가 이를 승인해야 판매가 가능토록 해 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상호금융권이 약속한 특판관리시스템 개선이 이달 중 완료되면 내년 1월 중 중앙회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상호금융권 중앙회도 특판관리시스템 개선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유동성과 건전성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개별 조합의 고금리 예·적금 판매 관련 내부통제를 중점 점검키로 했다.

앞서 동경주농협은 지난달 25일 연 8.2% 적금 특판을 출시했는데 직원이 한도를 설정하지 않아 약 5000억원의 예수금이 몰렸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남해축산농협이 비대면으로 판매한 'NH여행적금'에는 1400억원이 몰렸다. 금리가 최고 10.25%에 달한 데다 직원 실수로 가입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금리 노마드족'이 몰린 결과다.

합천농협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5일 합천농협은 최고금리 연 9.7%의 특판 적금을 출시했는데 최대 가입 금액 제한이 없었고 다수 계좌를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어 약 1000억원이 몰렸다.

문제는 이들이 수천억원의 예수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영세한 규모의 조합이라는 점이다. 이에 이들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적금 해지를 종용하는 사태가 발생해 금융소비자들의 비난이 일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