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우위 시장, 호가 높이고 관심 보이면 매물 거둬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강남에 이어 강북에서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 매도자 우위로 접어들면서 호가(呼價)는 오르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서울 강북 14개 구(區)의 ‘매수우위지수’는 104.3을 기록해 2008년 4월 118.5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수우위지수는 국민은행이 매월 전국 약 4500명의 공인중개사를 설문 조사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은지, 사려는 사람이 많은지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강남에 이어 강북에서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DB
매수우위지수는 0부터 200까지인데,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우위 비중이 더 높다는 뜻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2008년 5월 103.9 이후 8년여 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수, 매도 관련 지수의 절대적인 수치는 큰 의미가 없지만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며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11개 구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86.5를 기록해 46.2를 기록한 올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강남, 강북 지역의 매수우위지수가 오르면서 서울 전체 매수우위지수도 지난달 95.5로 2008년 4월(95.6)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시장에 매도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계약 막판에 매도자가 집값을 올려 계약이 깨지는 사례도 많다. 일부 매도자들은 시세를 확인하려고 포털 사이트에 호가를 올려 집을 내놨다가 매수자가 연락하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기도 한다.
직장인 이미정(36)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소형 아파트를 사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포털에서 매물을 보고 공인중개사에 전화했는데 “집주인이 연락을 받고 매물을 거뒀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씨는 “집주인이 가격을 높게 부르고 매수자가 관심을 보이면 바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 같다”며 “시세만 확인하려고 매물을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인기 지역의 아파트 매도 호가는 지난 몇 개월 사이 실거래가격보다 수천만원부터 1억원 이상까지도 올랐다. 강남구 논현동의 S아파트 전용 84.52㎡는 올 3월에 두 건이 평균 7억175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 호가가 8억원 초반까지 올랐다.
논현동 M공인 관계자는 “요즘엔 매도자들이 두 군데 이상의 공인중개사한테 연락을 받으면 집값이 더 오를 줄 알고 바로 매물을 회수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주택 구입 비용이 낮아진 만큼 당분간 매도자 우위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TF팀장은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인 데다, 대출 비용까지 낮아져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특이한 변수가 없는 한 지금의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재호 기자 j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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