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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형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鹽里洞) 산동네. 골목길에 들어서자 숫자가 매겨진 노란색 전봇대가 나타났다. 전봇대는 달동네 길 1.7㎞를 따라 69개가 설치돼 있었다. 골목은 알록달록하게 색칠돼 있었고, 골목 중간 중간엔 비상벨이 있었다. '스트레칭'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운동 방법도 곳곳에 적혀 있었다. 주민들이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곳을 연결해 운동할 수 있는 산책로로 만든 '소금길'이다. 예전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져 나르던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소금길은 작년 10월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적용해 만들었다. 디자인으로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법이다. 어두운 곳이 없게 촘촘하게 전봇대를 설치하고, 주민들은 낡은 벽에 페인트를 칠했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는 '소금지킴이집'도 6곳 선정했다. 소금지킴이집은 노란색 대문에 비상벨과 CC(폐쇄회로)TV를 갖췄다.
효과가 있었을까. 주부 신모(60)씨는 "밤에 길을 다닐 때마다 안 좋은 일을 당할까 무서웠는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니 '자신이 범죄 피해를 당할 것 같다'는 두려움은 소금길이 생긴 이후 두 달 만에 9.1% 감소했다. 가족에 대한 범죄 피해 두려움도 13.6% 줄었다. 경찰 지구대 신고 전화도 30%가량 줄었다. 반면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증가했다. 서울시가 소금길과 함께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했던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도 범죄 두려움이 3.7% 하락했다. 서울시는 범죄예방디자인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래픽]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기고자: 곽래건 본문자수:919